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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첫 돌' 맞는 해나루보호작업장, 편견과 진실

 직업재활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에게 직업적응능력과 직무향상훈련을 제공하는 장애인보호작업장이 올 2월 당진시 최초로 설립됐다. 가공커피 생산을 주로 하며 카페 서비스훈련과 바리스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미면 덕삼리 해나루 보호작업장이 그 곳. 지난 2월 보건복지부의 지원 아래 5억여 원의 사업비로 카페실습장과 교육장, 작업장 등을 갖췄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경까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30명의 장애인들에게 직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신생 장애인보호작업장인 만큼 해나루보호작업장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많은 편견과 오해에 맞서야했다고 작업장 관계자는 전했다.

 

특색 있는 커피 업종 도전… 판로 개척 어려워

 기존 장애인보호작업장은 종이컵이나 티슈 등 제조과정이 간단하고 판로 개척도 쉬운 소모품 제조업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해나루보호작업장은 전국에서 세 번째, 충남 지역에서는 최초로 가공커피업에 도전했다. 때문에 가장 어려운 문제는 판로개척. 서울, 수도권 지역에 비해 장애인근로와 복지에 대한 인식이 더딘데다가 관련 산업이 덜 발달돼 있어 판로 개척이 더 어렵다고 관계자는 전한다. 거래처들이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라고 해서 마셔보지도 않고 품질이 나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고.

 그럼에도 해나루보호작업장이 가공커피 업종을 선택한 것은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업계의 다양성을 모색하는 의미에서였다고 한다.

 

 해나루보호작업장의 사회복지사들은 적은 인력으로 작업장 운영, 직무교육, 홍보 및 판로개척 등 영업활동까지 도맡으며 이제 곧 첫돌을 맞는 해나루보호작업장을 무럭무럭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당진 시내의 각종 행사를 찾아 시음회를 여는가 하면 올 10월 서울에서 열린 장애인 생산품 박람회와 중소기업 우수기업 전시회에도 참여했다. 문을 열던 당시 충남도청 내 민들레 희망카페 한 군데에 커피를 납품하며 시작했던 가공커피 판매가 현재는 거래처를 늘려 나가며 조금씩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 사업장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익구조, ‘대부분 사람들은 이해 못 해’

 장애인에게 일을 가르치고 근로 기회를 제공하며 훈련비용을 지급한다는 이유로, 장애인보호작업장의 목적을 수익을 발생시켜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는 민간 사업장과 비교해 생각하는 ‘오해’도 이 곳 해나루보호작업장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보호작업장 운영 수익금은 장애인근로자에게 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장애인근로자의 복리후생을 개선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이 법령을 근거로 장애인보호작업장은 수익금으로 근로장애인들에게 소정의 훈련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사업장과는 다르게 별도의 훈련 및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다가 생산 효율도 낮은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높은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판로개척이 어려운 커피업종을 선택한 데다 설립된 지 1년도 채 안 된 해나루보호작업장은 수익발생이 아직 더딘 상황. 당초 연간 수익금 1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설립 이후 10개월이 지난 현재 해나루보호작업장의 수익금은 5천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때문에 장애인훈련생들에게 돌아가는 임금도 10만원 내외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은 혹시 모를 오해에 대비해 훈련생을 받을 때 이러한 운영상황에 대해 보호자들에게 충분히 고지를 하지만, 정작 훈련이 시작되고 훈련비용이 지급되면 근거없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보호자들도 있어 난처한 상황을 겪을 때도 많다고.

 일반 사업장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익에 적은 임금(훈련비용)이지만, 신생 장애인보호작업장인 것을 고려하면 뛰어난 성과라고 관련 종사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거래처 적은 작업장에서 직무 교육 가능할까? …수작업 공정으로 참여 확대

 해나루보호작업장에는 자동화 시스템이 거의 없다. 불량 생두를 골라내는 작업도 수작업으로 하는 ‘핸드픽’ 공정을 적용하고 있고, 포장과 스티커 등 후반공정도 모두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가공커피 제조에 참여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도 직무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역사회의 보다 많은 관심과 격려 필요

 판로 개척 등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는 해나루보호작업장은 장애인 대상 직무프로그램과 함께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생두 로스팅 프로그램 등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하며 지역사회와 ‘상생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협력이라고 해나루보호작업장 관계자는 말한다.

 해나루보호작업장은 뒤지지 않는 품질을 보여주기 위해 로스팅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작업장 설립 이전부터 이 곳 사회복지사 일부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장애인의 손을 거친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편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나온 소중한 제품으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또, 직업재활을 훌륭히 마친 장애인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영업주들의 인식 개선도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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